2022도15950 추행 (라) 파기환송
[영내 생활관에서 또는 불침번 근무 중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가 군형법상 추행죄를 구성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른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군형법상 추행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 피고인이 함께 복무하던 군인과 소속대 막사 생활관 내에서 키스하고 속옷 안에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잡고 비비는 행위를 하는 등으로 추행을 하고(이하 ‘제1행위’), ② 소속대 막사 화장실에서 불침번근무 중인 군인으로부터 구강성교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입으로 성기를 빨아 사정하게 함으로써 추행을 하였다(이하 ‘제2행위’)는 군형법상 추행으로 기소됨
☞ 원심은, 제1행위는 근무 외 시간에 피고인과 다른 군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고, 제2행위는 피고인과 다른 군인의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곳에서 은밀히 이뤄졌고 피고인이 근무 중인 상태도 아니었으며 다른 군인의 불침번 임무수행에 지장을 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병은 의무복무기간 동안에는 영외에서의 휴가나 외박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구체적 복무상황이나 상태, 근무시간 등을 불문하고 계속적인 규율과 통제의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병의 생활관은 군사훈련 내지 집단적 단체생활의 일부이면서 군율과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공간에 해당하는 점, ③ 불침번근무 중의 군인은 엄연히 군사적 필요에 따른 임무를 수행 중인 상태라 할 것이고, 그러한 임무 수행 중의 군인이 항문성교나 추행 등의 성적 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그 성적 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진 구체적 장소나 시간을 불문하고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에 의하면, 제1, 2행위가 동성 군인 사이에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군형법상 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9. 23. 입대하여 2019. 11. 21.부터 육군○○학교 △△△단 □□□대 ◇중대에서 복무하다가 2021. 4. 12. 전역하였고, 공소외인은 2019. 4. 22. 육군○○학교 △△△단 □□□대 ◇중대에서 복무하다가 2020. 11. 22. 전역하였다.
가. 피고인 2020. 7. 말 23:00경 논산시 ☆☆면에 있는 소속대 막사 2층 격리 1생활관 내 공소외인의 침대에서 공소외인과 함께 누워 성적인 얘기를 나누던 중 흥분하여 공소외인과 키스하고 공소외인의 속옷 안에 손을 집어넣어 성기를 잡고 비비는 행위를 하는 등으로 군인에 대하여 추행을 하였다(이하 ‘제1행위’라고 한다).
나. 피고인은 2020. 9. 30. 01:00경 같은 소속대 막사 2층 화장실에서 불침번근무 중인 공소외인과 함께 담배를 피우던 중 공소외인으로부터 구강성교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입으로 공소외인의 성기를 빨아 사정하게 함으로써 군인에 대하여 추행을 하였다(이하 ‘제2행위’라고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제1행위
피고인과 공소외인은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제1행위를 하였다. 제1행위는 피고인과 공소외인이 격리생활관에서 따로 생활할 때 근무외시간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달리 피고인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였다는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나. 제2행위
성적 행위가 부대 내에서 근무시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과 공소외인은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제2행위를 하였다. 제2행위가 이루어진 대변기 칸은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곳으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볼 수 있고, 그 시간과 장소를 고려할 때 제2행위는 은밀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근무 중인 상태도 아니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외인의 불침번 근무 중 약 10분 간 근무장소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화장실에서 제2행위를 한 것이 불침번 임무수행에 지장을 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1) 군형법 제92조의6은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 등’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현행 규정’ 이라고 한다). 현행 규정은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규정과는 달리 ‘계간’ 대신 ‘항문성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행위의 객체를 군형법이 적용되는 군인 등으로 한정하였다. 계간은 사전적으로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되지 않는다.
‘추행’의 사전적 의미는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이라고 되어 있다. 형법 등 성폭력범죄 처벌규정에서 ‘추행’을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 이라고 하면서 이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요소의 하나로 삼고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980 판결 등 참조).
한편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나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고,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었다. 현행 규정의 문언, 개정 경위,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법규범적 평가의 변화 등을 종합하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동성 군인 간 합의에 따른 성행위가 언제나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라거나 현행 규정의 처벌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현행 규정에서 정한 추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4. 21.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그러나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이라는 군조직의 특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인정되어 자유로운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일부 제한하더라도 이를 기본권의 적법한 제한이라고 새길 수 있을 정도로 군기 및 군율의 확립ㆍ유지 요청이 비교적 큰 공간이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그러한 행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ㆍ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현행 규정의 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의 경우
1) 아래의 사정들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사실 기재의 각 행위는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적 공동생활이라는 군조직의 특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인정되어 자유로운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적법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볼 정도로 군기 및 군율의 확립ㆍ유지 요청이 비교적 큰 공간이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소사실 기재의 각 행위가 동성 군인 사이에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
가) 군이 전투에서의 승리라는 본래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특별한 조직과 규율이 필요하다. 군형법은 군의 이러한 특수성을 전제로 군의 조직과 규율을 유지ㆍ보전함과 동시에 군이 가지는 전투력을 최대한 보존ㆍ발휘하게 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헌법재판소 1995. 10. 26. 선고 92헌바45 결정 등 참조).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징집된 병의 복무에 관한 법률관계 역시 이러한 군의 특수성과 군형법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규율ㆍ해석되어야 한다. 병은 그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적으로 군에 편입되는 점, 병의 관리ㆍ훈련은 군의 전투력 유지ㆍ보전에 핵심적 요소인 점, 병은 직업군인과 비교할 때 비교적 단기간 복무하고 상명하복이라는 엄격한 규율 하에 간부의 지휘통제를 받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병은 의무복무기간 동안에는, 영외에서의 휴가나 외박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구체적 복무상황이나 상태, 근무시간 등을 불문하고 계속적인 규율과 통제의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병들이 주로 생활하는 생활관은 물리적ㆍ지리적으로는 대개 군사기지나 군사시설 등의 내부에 위치하고 있고, 의무복무 중인 다수의 병이 함께 생활하면서 언제라도 임무나 훈련 등 군사적 필요에 따른 상부의 지휘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적절한 대비 태세를 유지ㆍ준비하는 공간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승을 위한 전투력 확보라는 군의 최우선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력을 적절하게 관리ㆍ보전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병의 생활관은 군사훈련 내지 집단적 단체생활의 일부이면서 군율과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공간에 해당한다. 이는 생활관이 직접적인 군사적 목표나 활동을 염두에 두지 않은 공간으로서 상대적으로 군인의 사적 자유가 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도 달리 보기 어렵다.
다)「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제46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37조는 부대의 인원과 재산을 보호하고 규율과 보안을 유지하며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부대별로 실시하는 특별근무 중 하나로 불침번근무를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불침번근무 중의 군인은 엄연히 군사적 필요에 따른 임무를 수행 중인 상태라 할 것이다. 그러한 임무 수행 중의 군인이 항문성교나 추행 등의 성적 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그 성적 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진 구체적 장소나 시간을 불문하고 군기를 직접적ㆍ구체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임무 수행 중에 이루어져 군기를 직접적ㆍ구체적으로 침해한 이상 그 성적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밀한 곳이라거나 그 행위가 은밀히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추행죄 성립을 방해하지 않는다.
2) 그런데도 원심은 제1행위가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 생활관에서 이루어졌고 제2 행위는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된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정에만 주목하여 각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ㆍ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군형법상 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